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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설마 이 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이 민선 7~8기 당시 추진된 공유재산 교환, 염전근로자 안심숙소 건립, 기증 수목 사업 등 3건에 대해 전격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수많은 지자체 행정 현장을 지켜봐 온 입장에서, 이번 사태는 그냥 넘기기 어려운 구조적 비리의 냄새가 납니다.

공유재산 교환, 절차가 아니라 결론이 먼저였다
제가 지방행정 현장을 취재하면서 가장 자주 목격한 불법 패턴이 바로 이겁니다. 결론을 먼저 정해두고, 절차를 나중에 끼워 맞추는 방식입니다. 이번 신안군 공유재산 교환 사건이 딱 그 모양새입니다.
이번 교환은 국비를 지원받아 지도읍 기후대응 도시숲 조성사업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됐습니다. 2023년 11월 공고 이후 단독 1인만 접수해 2025년 3월 군의회 의결을 거쳤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 4일 교환이 이뤄졌습니다. 지도읍 사유지 107필지(123,100㎡)와 신의면 군유지 1필지(218,415㎡)가 맞바꿔진 것입니다.
문제는 토지사용 승낙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나무를 식재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특정인과의 교환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정황으로 읽힙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일반재산의 교환이란 재산의 가치와 효용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경우이면서, 매각 등 다른 처분 수단이 곤란할 때로 그 요건이 엄격히 제한됩니다. 쉽게 말해, "팔거나 달리 처분할 방법이 없을 때만 교환하라"는 뜻인데, 이번 경우 그 요건 검토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이런 건 단순 행정 실수일 수도 있지 않냐"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절차 흠결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교환 공고, 접수, 식재, 체결 전 과정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실수보다는 의도된 설계에 가깝습니다.
- 교환 공고 후 단독 1인 접수 — 경쟁 없는 구조
- 토지사용 승낙 전 선(先) 식재 — 기정사실화 정황
- 선거 다음 날 교환 체결 — 시기적 의구심
-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교환 요건 충족 여부 불명확
안심숙소 건립, 설계도 안 나온 상태에서 70%가 집행됐다
이 대목에서 저는 솔직히 눈을 의심했습니다. 예산 집행 순서라는 건 상식적으로 설계 → 시공 → 준공 → 정산 순서인데, 신안군 염전근로자 안심숙소 3권역 사업은 그 순서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습니다.
압해읍 장감리 일원에 15실 규모의 숙소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총사업비 40억 원 규모입니다. 그런데 현재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 중인 단계, 즉 설계조차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이미 27억 3,000만 원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총사업비의 약 68%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여기서 '실시설계 용역'이란 실제 시공에 들어가기 위한 세부 도면과 수량 산출서를 만드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단계가 끝나야 입찰 공고를 낼 수 있고, 그 이후에야 공사비를 집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설계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이미 70%에 육박하는 돈이 민간사업자에 지급됐다는 건 사실상 사후 설계, 선(先) 집행 구조라는 뜻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민간위탁 자체의 적법성입니다. 지방자치법, 지방보조금법, 지방계약법 등 관련 법령은 건축물 신축을 수반하는 공공시설 조성사업을 민간위탁 대상 사무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앞서 진행된 도초면·하의면 사업은 군에서 공개입찰로 적법하게 추진됐다는 점과 비교하면, 3권역 사업만 유독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민간에 위탁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공공시설 신축은 법적으로 그 효율성 논리가 애초에 적용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기증 수목 사업, 429억 뒤에 숨은 234억의 진실
제 경험상 지방 재정 비리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수법이 바로 '기증'과 '사례금'의 조합입니다. 기증이라는 명목을 앞세우면 입찰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사례금이라는 형식을 빌리면 금액 산정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신안군 기증 수목 사업이 그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줍니다.
2020년부터 명품 팽나무길 조성 등을 명분으로 팽나무를 포함한 60여 종, 167만 8,905주가 기증 형식으로 들어왔고, 총사업비 약 429억 원이 집행됐습니다(출처: 아이뉴스24). 문제는 기증사례금입니다. 여기서 기증사례금이란 군이 기증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지급하는 보상금으로, 통상 수목 평가액의 일정 비율을 조례에 따라 산정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례에서는 수목 평가액 자체를 약 1,173억 원으로 산정하고, 조례상 비율인 20%를 적용해 최종 사례금이 약 234억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1,173억 원이라는 평가액이 적정한지가 핵심입니다. 객관적인 산정 기준 없이 평가액이 부풀려졌다면, 사례금 역시 자동으로 부풀려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전체 집행액의 약 77%가 특정인 3명에게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배임(背任), 즉 자신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본인 혹은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범죄 혐의가 짙게 드는 대목입니다.
통상적인 수목 식재 사업이라면 설계서를 기반으로 지방계약법에 따른 공개입찰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해야 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지방계약법). 그러나 이번 사업은 그 절차를 생략한 채 군에서 직영처리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직영처리'란 외부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고 군이 직접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긴급 사항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입니다. 167만 주 규모의 사업에 이 방식을 적용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김태성 군수의 수사 의뢰, 단절인가 쇼인가
"비정상적인 행정과 단절하지 않고서는 신안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다." 김태성 신안군수가 이번 수사 의뢰를 발표하며 한 말입니다. 이 발언을 두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시각과 "전임 세력에 대한 정치적 공세 아니냐"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저는 이 두 시각을 모두 이해하지만, 결국 판단 기준은 수사 결과와 후속 감사의 철저함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번 세 사건 모두 단순한 행정 실수나 판단 착오로 설명하기에는 위반의 범위와 금액이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공유재산 교환에서의 절차 생략, 안심숙소 사업에서의 선(先) 예산 집행, 기증 수목 사업에서의 평가액 부풀리기는 각각 독립된 위반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관행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안군 감사부서는 이번 수사 의뢰에 이어 전반적인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감사를 했는데 별 게 없더라"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사례를 저도 적지 않게 봐왔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감사의 독립성과 실질성이 어떻게 담보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군민의 복지에 쓰여야 할 혈세가 특정인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수사와 감사 모두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 결과가 신안 행정의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안군이 수사 의뢰한 3개 사업이 구체적으로 뭔가요?
A. 공유재산 교환(지도읍 도시숲 부지 확보 명목), 염전근로자 안심숙소 건립(압해읍 장감리 3권역), 기증 수목 사업(팽나무 등 167만 주 식재) 총 3건입니다. 모두 민선 7~8기 당시 추진된 사업으로, 절차 생략과 예산 부정 집행 혐의가 공통적으로 지목됩니다.
Q. 기증 수목 사업에서 배임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왜 배임인가요?
A. 배임이란 자신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하게 하는 범죄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수목 평가액을 1,173억 원으로 과다 산정해 사례금 234억 원을 부풀려 지급했고, 그 집행액의 77%가 특정인 3명에게 집중됐습니다. "평가 기준이 원래 그랬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객관적 기준 없이 산정됐다는 점이 배임 혐의의 핵심입니다.
Q. 안심숙소 사업에서 민간위탁이 왜 문제인가요?
A.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은 건축물 신축을 수반하는 공공시설 조성사업을 민간위탁 대상 사무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앞서 진행된 동일 사업의 다른 권역(도초면·하의면)은 공개입찰로 적법하게 추진됐기 때문에, 3권역만 민간위탁으로 처리된 것은 법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처리입니다.
Q. 이번 수사 의뢰가 정치적 목적 아닌가요?
A. "전임 군수 세력을 겨냥한 정치 공세"로 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드러난 위반 사실의 규모와 범위가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법적 수사가 필요한 수준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결국 수사와 감사의 결과가 그 판단을 가를 것입니다.
결론
이번 신안군 수사 의뢰는 단순히 과거를 들추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공유재산 교환의 절차 흠결, 안심숙소 건립의 선(先) 예산 집행, 기증 수목 사업의 평가액 부풀리기는 각각의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쌓인 구조적 관행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관행은 한 사람의 의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눈을 감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는 뜻입니다.
수사 의뢰 자체에 만족할 게 아니라, 이후 감사와 수사가 어떤 수준으로 진행되는지를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군민들도 결과를 꼼꼼히 확인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신안군이 진정한 청렴 행정으로 거듭나려면, 이번 한 번의 수사 의뢰가 아니라 감사 시스템의 상시적 독립성 확보가 뒤따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