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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취임 첫날 일정이 이렇게 긴장감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선택한 곳이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였고, 저는 그 자리를 직접 지켜봤습니다. 회의실 분위기는 의례적인 첫인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삼성·SK의 800조 원 투자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실무 점검이 이미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전력망 구축, 반도체 팹이 들어서기 전에 먼저 깔려야 한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타이밍의 문제였습니다. 반도체 팹(Fab)이란 반도체를 실제로 생산하는 제조 공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칩을 찍어내는 대형 공장인데, 이 공장이 가동되려면 일반 산업단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의 안정적 전력이 24시간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전력이 잠깐이라도 끊기면 수백억 원짜리 웨이퍼가 한순간에 폐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남에 조성 예정인 반도체 팹은 4기입니다. 삼성과 SK가 각각 투자를 약속한 규모만 합쳐도 800조 원에 달합니다(출처: 아이뉴스24). 이 규모의 투자가 실제로 집행되려면 전력 인프라가 팹 완공 시점에 맞춰, 아니 그보다 먼저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송·변전 설비 확충은 계획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송·변전 설비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산업단지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고압 케이블, 변압기, 개폐소 등의 시설 전체를 뜻합니다. 이 설비들이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팹이 완공돼도 가동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 날 업무공유회에서 한전은 반도체 생산 일정에 맞춘 구체적인 전력 공급 방안과 설비 확충 계획을 공유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계획의 윤곽을 접했는데, 단순한 '협의' 수준이 아니라 일정과 공정을 맞춘 실무 보고에 가까웠습니다. 민형배 시장이 "강력한 속도전"을 강조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 반도체 팹 4기 조성 예정, 삼성·SK 800조 원 투자 계획
- 송·변전 설비 확충: 발전소 전기를 산업단지까지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
- 전력 공급 적기 구축이 투자 실현의 선제 조건
-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과 폭염 대비 수급 관리대책도 병행 점검
한전 협력과 원팀 체계, 말 그대로 "핫라인"이 필요한 이유
민형배 시장이 언급한 '실무 핫라인'이라는 표현을 두고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핫라인이란 원래 긴급 상황에서 즉각 소통하기 위해 구축하는 전용 연락 채널을 의미합니다. 외교에서 쓰이던 개념인데, 이걸 산업 행정에 적용한다는 건 그만큼 속도와 즉각 대응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게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라고 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시간표가 촘촘한 프로젝트에서 관계 기관 사이의 협의 지연은 곧 공정 지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통합특별시가 보유한 재생에너지 역량도 이 맥락에서 중요합니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란 태양광·풍력처럼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을 말합니다. 전남 지역은 일조량과 해상풍력 입지 면에서 국내 최상위권으로 꼽히는데(출처: 한국전력공사), AI·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들어 ESG 경영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선호하는 흐름과 맞아떨어집니다. 여기서 ESG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기업 경영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친환경 전력을 써야 글로벌 고객사에 납품할 수 있다"는 조건이 생긴 것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니, 한전 측도 일방적으로 요청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계통 연계 계획을 주도적으로 공유하며 협업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계통 연계(Grid Connection)란 발전 설비를 기존 전력망에 접속시켜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기술적 연결 작업입니다. 이 연계가 늦어지면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실제 산업단지로 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제적 계통 연계 계획이 원팀 협력 체계의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대형 프로젝트의 초기 협의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우려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취임 첫 행보가 의전 행사가 아닌 실무 점검이었다는 점, 그리고 구체적인 일정과 공정 계획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는 점은 분명히 기존의 방식과 달랐습니다. 이재명 정부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한 만큼, 앞으로의 속도가 이 원팀 체계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요?
A. 네, 반도체 팹은 초고압 전력을 24시간 무중단으로 소비하는 대표적인 전력 집약 산업입니다. 단 몇 초의 정전으로도 생산 중인 웨이퍼 전체가 폐기될 수 있어, 일반 제조업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결정할 때 전력 인프라는 토지나 물 공급과 함께 최우선 검토 항목이 됩니다.
Q.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재생에너지에서 유리하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전남 지역은 일조량과 해상풍력 입지 조건이 국내 최상위권이라,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를 대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AI·반도체 기업들이 ESG 기준에 따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이 지역의 에너지 역량이 투자 유치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입지 조건에 포함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Q. 실무 핫라인이 기존 협력 방식과 뭐가 다른 건가요?
A. 기존에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공문이나 정례 회의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핫라인은 담당 실무자가 사안 발생 즉시 직통으로 연락해 의사 결정 시간을 단축하는 채계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공정 일정이 촘촘한 프로젝트에서는 협의 지연이 곧 공사 지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큰 결과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800조 원 투자가 실제로 이뤄지려면 앞으로 뭐가 남았나요?
A. 크게 보면 전력망 확충, 용지 조성, 인허가 절차, 그리고 기업 측의 최종 투자 결정이라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이 중 전력망은 준비 기간이 가장 긴 항목이라 지금 당장 착수해야 팹 완공 시점에 맞출 수 있습니다. 투자 규모가 크다 보니 한 단계라도 지연되면 전체 일정에 연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의 실행 속도가 핵심 변수로 보입니다.
결론
취임 첫 현장이 나주 한전 본사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행보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를 지켜봤기에 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의례적인 방문이 아니었습니다. 800조 원 투자를 실제로 끌어내려면 전력망이라는 물리적 기반이 먼저 깔려야 하고, 그 작업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원팀 협력 체계와 실무 핫라인이 말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다음 분기 안에 송·변전 설비 착공 일정과 계통 연계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추이를 계속 지켜볼 예정이며, 관련 소식이 나오면 이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