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직원들 걱정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취재 현장에서 불 꺼진 홈플러스 잠실점 앞을 지나치면서, 정작 더 무서운 건 그 건물 안에서 장사하던 수백 명의 입점 점주들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이 2025년 7월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한때 국내 2위 대형마트였던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수순에 들어섰습니다. 1만 2,000명의 임직원, 수백 곳의 협력업체, 4,000억 원대 전자단기사채 투자자까지 — 이 사태는 한 기업의 몰락이 아닙니다.

회생절차 폐지, 왜 이 지경까지 왔나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하면, "그러면 진작에 살렸어야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구조를 들여다보니,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의 충돌 문제였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제도)를 신청했습니다. 쉽게 말해,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기업이 법원의 보호를 받으며 재기를 노리는 절차입니다. 홈플러스는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나머지는 매각하겠다는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그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최소 2,000억 원의 자금 조달 방안을 끝내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지난달 말까지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습니다. 그런데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자금 부담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도에서 14일의 항고 기한 안에 극적인 반전이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기대보다는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 가지 여지는 있습니다. 법원이 결정문에 이른바 '재도의 고안(再度의 考案)'을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재도의 고안이란, 폐지 결정 이후에도 자금을 확보하면 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는 법원의 배려 조항을 의미합니다. MBK파트너스나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 원을 실제로 조달할 경우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의 시선은 냉담합니다.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2월 말 기준 104억 원에 불과합니다(출처: 아이뉴스24). 반면 현재 미지급 납품 대금은 협력업체당 평균 7억 7,4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숫자 앞에서 "아직 희망이 있다"는 말은 솔직히 위로에 가깝습니다.
- 기업회생절차 신청: 2024년 3월
- 회생절차 폐지 결정: 2025년 7월 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
- 필요 자금 조달 실패: 최소 2,000억 원 미확보
- 현금성 자산(2025년 2월 말 기준): 약 104억 원
- 14일 내 즉시항고 + 자금 확보 시 재도의 고안 가능
이해관계자 피해, 누가 얼마나 무너지나
홈플러스 파산이 현실화되면 직접 피해를 입는 사람이 몇 명이냐고 물으면, "직원 1만 2,000명"이라는 숫자가 먼저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저는 이 숫자가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가립니다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6월 급여도 아직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파산 선고가 나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법원으로부터 파산 기업의 재산을 관리하고 채권자에게 배당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남은 자산을 정리합니다. 쉽게 말해, 누가 먼저 돈을 받느냐를 가리는 싸움이 시작됩니다.
문제는 순위입니다. 일반 상거래 채권, 즉 협력업체들이 납품하고 받지 못한 대금은 후순위 채권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후순위 채권이란, 담보권자나 세금 등 우선순위 채무가 모두 정리된 뒤에야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을 뜻합니다. 현금성 자산이 104억 원뿐인 상황에서, 납품 대금 평균 7억 7,400만 원을 떼인 협력업체들이 실제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솔직히 낮다고 봅니다.
약 4,000억 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ABSTB)도 뇌관입니다. 전자단기사채란 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하의 채무증권을 말합니다.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관이 주로 보유하지만, 이 규모가 부실화되면 금융 시장 전반에 신용 경색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제가 취재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건, 매장 안 입점 점주들이었습니다. 대형마트 안에는 직영 매장 외에도 수많은 소규모 점포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분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정산금은 언제 받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하루하루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폐점이 결정된 잠실점 안에 불이 꺼진 풍경은 뉴스 사진이기 이전에, 제가 실제로 마주한 현실이었습니다.
지역 상권의 타격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대형마트는 유동인구를 끌어모으는 집객 기능을 합니다. 홈플러스가 사라진 자리는 당분간 공실로 남을 가능성이 높고, 주변 골목 상권도 함께 가라앉는 도미노 효과가 우려됩니다. "특정 기업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유통 생태계 전체의 모세혈관이 끊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되면 바로 파산인가요?
A. 폐지 결정이 확정된다고 해서 즉시 파산이 선고되는 건 아닙니다. 14일 이내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폐지 결정이 확정되고, 이후 별도의 파산 신청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다만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재도의 고안으로 회생절차를 재개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완전히 닫힌 문은 아닙니다.
Q. 홈플러스 직원들은 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A. 현재 임직원들은 6월 급여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파산이 선고되면 임금 채권은 다른 채권보다 우선 변제되는 특성이 있어 일부는 회수 가능하지만, 현금성 자산이 104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전액 수령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른 대지급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협력업체는 납품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일반 상거래 채권은 후순위 채권으로 분류됩니다. 담보 채권과 세금 등 우선순위 채무가 처리된 뒤에야 순서가 오기 때문에, 현재 홈플러스의 자산 규모로는 전액 회수가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업체당 평균 미지급 대금이 7억 7,400만 원 수준인 만큼,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Q.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은 왜 돈을 안 내나요?
A.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2,000억 원 규모 자금 부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습니다. 각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미 충분히 손실을 감수했다"는 입장이 공존하는데, 법원이 제시한 14일이라는 기한이 이 갈등을 얼마나 좁혀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결론
홈플러스 사태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게 정말 한 기업의 실패인가"였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모펀드의 무리한 인수, 과도한 부채 구조, 이해관계자들의 책임 회피가 겹친 결과입니다. 그 대가는 정작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한 1만 2,000명과 수백 곳의 협력업체, 그리고 동네 상권이 치르고 있습니다.
14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정말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길 기대하는 분들도 있고, 이미 늦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파산이 현실이 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책임 있는 결단과 정부의 신속한 지원 체계 가동이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홈플러스 관련 최신 동향은 뉴스를 통해 계속 확인하시길 권합니다.